비대면 진료 난맥상, 의료계 버전 ‘타다 사태’ 발생하나

비대면 진료 초·재진 두고 업계 ‘격돌’ 정부, 당근·채찍 든 채 어쩔 줄 몰라, “이젠 결단 필요해” 국정과제에도 ‘비대면 진료’ 있는데, 정부·국회 지금까지 뭐 했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두고 초진부터 허용이냐 재진부터 허용이냐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이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실제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를 초진과 재진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의사 이익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전면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반대 나선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앞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피부과·비뇨의학과’ 7개 진료과목 비대면 진료 현황을 토대로 초진 비율이 9%에 불과했으며 재진이 91%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신 의원은 “나머지 91%가 재진을 위한 비대면 진료였던 만큼 진료과목의 특성에 맞게 재진만 허용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은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산협은 “재진 기준의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될 경우 밤 8시 갑자기 감기 기운이 생겨 진료를 받는 환자는 본인이 30일 이내에 갔던 병원 중 △동일 질병 △동일 병원 △동일 의사라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비대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초진과 재진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다는 비판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의 핵심은 비대면 진료를 선택하는 주체가 환자이냐 아니냐의 여부”라고도 했다.

이외에도 △초진과 재진을 구분하는 게 어렵다는 점 △비대면 진료를 마친 후 초·재진이 구분되면 그제야 불법 여부를 따질 수 있는 등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점 △단순한 초·재진의 구분은 현장 의료진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 △환자 대상을 초·재진으로 기계적 규정할 경우 소외되는 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기계적 분할보단 질환의 특성·연령대·진료과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 이유를 들며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반대했다.

혁신벤처 업계는 중단 위기에 처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시급한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가 약 3,000만 건 시행될 정도로 실효성이 확인된 만큼 비대면 진료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화상담 처방 진료를 받은 환자와 가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8%가 비대면 진료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실효성은 이미 입증됐다는 소리다.

채찍도 들고 당근도 줘 보지만 어설픈 정부

양측 의견 대립이 치열하게 이어지자,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꺼내 들었다. 정부는 우선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동시에 관련 플랫폼 규제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 보호와 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면서도 의약품 오남용 및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당초 복지부가 지난 3월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할 때엔 재진환자,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도서·벽지·재외국민·감염병 환자 등 의료 취약지와 사각지대 환자에 우선 적용하겠다는 언급만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엔 ‘플랫폼 관리·감독’ 내용을 추가했다. 의사 이익단체들에게 있어 전자가 채찍, 후자가 당근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가능하다. 약사 출신 의원들이 의약품 오남용 및 약국 생태계 붕괴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수월히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내달 초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하향돼 감염 경보가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돌아설 경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돼 버린다. 이에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 공백을 막겠단 계획이나,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야당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복지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건 국회의 입법과정을 무시하고 법률적 근거를 무력화하겠단 뜻’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로 약 배달 앱을 키우려고 하는 상황에서 마약류 의약품 한해 마약류 향전성 의약품 등의 약 배달을 했을 경우 전문가의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또한 대리 처방 및 오남용 등 더 심각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년간 이미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시행된 바 있는데 또 시범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타다(TADA) 로고/사진=타다

치열한 밥그릇 싸움에 가장 마음 졸이고 있는 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들이다. 특히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반감이 크다. 비대면 진료가 재진만을 중심으로 제도화될 경우 ‘제2의 타다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 원산협 공동회장은 “현재 보건당국이 규정하는 재진의 범위로는 감기, 비염, 소화불량 등 경증 질환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없다”며 “수시로 방문하는 병원이 없는 영유아, 1인 가구 역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재진 환자’는 ‘동일한 질병으로 같은 병원 의사를 90일 이내 방문한 환자’를 일컫는다.

관련 업계는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로 한정할 경우 업계가 줄도산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환자의 90% 이상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 이용이 불가능해지면 소비자의 유입이 크게 감소할 것이고, 이는 곧 시장 자체의 존폐가 걸린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소비자는 찬성하는데, 제 역할 못하는 정부

한편 현재 소비자의 여론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일상생활이 바빠 병원에 직접 방문할 시간이 부족한 소비자가 많고 간단한 약물 복용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경증 질환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것이 대면 진료를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의료계는 지난해까지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최근엔 ‘국내 의료 환경에 맞는 충분한 규제가 있다면 제도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고려했을 때 제도화를 무작정 반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 수요와 의료계의 논의 참여 의지가 확인된 이상, 이젠 실질적인 논의가 진척되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한 중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비대면 진료 자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됐고, 정부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수많은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비대면 진료는 장애인, 노인 등 의료 약자부터 직장인, 소상공인, 육아맘 등 평소 병원 방문이 어려웠던 국민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며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간 교통 정리를 실패하며 일만 더 키웠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정부가 관련 정책에 추진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경험자산이 확보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할 것인가 재진부터 할 것인가 논쟁은 소모전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의 ‘안전’에 있다. 비대면 진료 허용 후 약물 처방이 잘못됐을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약물 오남용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되는가 등 디테일을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잘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비대면 진료가 불법화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태껏 로드맵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부와 국회는 자성하며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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