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까지 빚낸 한화손보, 계속될 ‘금리 상승’ 견딜 여력 있나?

3분기 자본성증권 한도 96%까지 채워 IFRS17·킥스 도입 이전 자본확충 ‘총력전’ 근본 원인은 금리 인상에 따른 한화손보 보유 채권 가치 하락

내년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자본을 재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 무리한 자본확충이 향후 보험사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해보험은 자본성 증권 발행을 한도를 거의 채운 상태이며, 최근에는 유상증자에 사옥 매각까지 계획하면서 자본 추가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도까지 빚낸 한화손보

지난달 30일 한화손보는 1조1,100억원에서 1조1,200억원 사이의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을 보고했다. 하지만  회계상 자기자본은 이보다 훨씬 낮은 2,2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납입자본과 이익잉여금을 모두 고려하는 보험업법상 자기자본 산정 방식에서 비롯된 차이다.

업계는 한화손보의 채무증권 약정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시기 한화손보가 보유한 채무증권 총계는 무려 1조680억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이 3,400억원 △후순위채가 7,280억원이다. 그리고 이번 달에만 발행한 8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합산하면 총 채무증권은 약 1조1,5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보험업법 시행령 제58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을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 범위 내에서만 발행할 수 있다. 한화손보의 지난 2분기 자기자본 수준을 1조2,000억원으로 가정하면 현재 부채 수준은 96%로 이 기준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지난 4월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손보가 1분기 말까지 발행 한도의 70% 이상을 소진했다고 평가했다. 3분기 자본성증권 발행한도를 꽉 채운 한화손보는 올해 4분기를 앞두고 자본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1,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29일에는 8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했다.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

한화손보의 공격적인 자본확충 전략은 내년에 도입되는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라는 두 가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킥스 도입 전에 발행한 모든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킥스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가용자본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보험사 입장에서 자본증권을 미리 발행하려는 강력한 인센티브다.

킥스 도입으로 리스크가 더욱 정확하게 측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채 평가 시점이 계속 달라질 수 있어 금리에 따라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를 잇따라 발행하는 이유다.

3분기 말까지가 보험사들이 새로운 제도가 적용되기 전에 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한화손보의 최근 자본 유입을 고려할 때, 다음 분기에 더 많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최근 “2분기 기준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은 1조1,100억원, 자본성 증권은 1조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최근 발행한 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덕분에 자본 버퍼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핵심은 채권 가치 하락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한화손보가 보유한 채권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재무제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면서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모기업인 한화생명이 한화손보를 지원하고 있지만, 재무상태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게다가 금리는 전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말 한화손보의 자본잠식률은 52.4%까지 상승했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에 채권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이 급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의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한화생명은 1,900억원을 지원했으며 한화손보는 지난달 제3자 배정방식으로 전환우선주(CPS) 3,800만주를 발행하기도 했다.

관건은 ‘금리 상승폭’

관건은 내년까지 금리 상승폭이 얼마냐 되느냐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현재 3.99%로 4%에 근접하고 있다. 내년 IFRS17이 도입되면 한화손보의 자기자본은 3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시점에서 한화손보는 외부에서 자본을 수혈받을 옵션이 많지 않다. 보험사 자본증권 시장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최근 발행한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6%라는 높은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매각에 실패했다. 결국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떠안았다. 모기업인 한화생명의 지분 희석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화생명의 자본이 부족해 추가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어렵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한화손보는 최근 발행한 영구채가 사실상 전량 미매각이 난 만큼 자본성 증권을 더 발행하기는 어려웠을 테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쓰기엔 모회사의 지배력 문제가 대두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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