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연체율 10% 돌파, ‘별거 아닌 거 맞아?’

부동산 PF 연체율 확대로 ‘부실 대출 문제’ 수면 위 떠올라 일각에서는 적절한 대응 없다면 국내 경제 전반에 큰 타격 줄 것이라 지적 전문가들, 정부 ’50조원+α 프로그램’ 실효성 둔 입장 차이

제2금융권,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확대됐다. 경기 하방 압력 심화 및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동산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편 정부의 관련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 정작 업계는 ‘태평’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3.7%), 2020년 말(3.4%) 연체율과 비교했을 때 약 7%P가량 상승한 수치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 또한 작년 12월 말 14.8%로, 지난해 9월 말(10.9%)보다 3.9%P 상승했다. 2021년 말(5.7%), 2020년 말(5.5%)을 비교해 보면 약 2배가 뛴 것이다.

한편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2020년 말 1,757억원 ▲2021년 말 1,690억원 ▲2022년 말 4,657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금리는 작년 9월 말 8.3%로 최고점을 달성한 뒤 작년 12월 말 7.1%로 1.2%P 내렸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 A씨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증권사 자기자본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관리가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제 침체의 뇌관, 부동산 PF 대출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전 부동산 PF가 우리나라 경제 발목을 잡았던 사례들을 지적하며 미래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대응 방침을 고려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대규모 부실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발생했던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봄바람’을 타고 부동산 PF를 무분별하게 늘리다 부동산 경기 위축 위기를 맞아 당행들의 대출 부실로 이어진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자금이 대부분 고객의 예금에서 비롯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금융위원회는 총 31개 사의 저축은행을 퇴출했고, 고객의 신뢰가 전적인 중요도를 가지는 금융 업계에서 신용을 저버린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강원도 레고랜드 발 PF 대출 부실’ 사건은 그 파장으로 채권 시장 전반의 위축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강원도 산하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원을 발행했으며, 이를 강원도가 채무 보증한 바 있다. 이때 지자체의 채무보증을 이유로 채권 시장에서는 이를 국가가 보증해 주는 국채로 인식해 최고 신용등급 ‘A1’을 받고 레고랜드 ABCP에 다수의 메이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가 이에 투자했다. 그러나 ABCP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토지 매각 작업에 차질을 빚고 유동성이 부족해져 이를 제때 상환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채무 보증을 한 강원도가 ABCP를 부도 처리해 채권 시장은 유례없는 패닉에 빠졌다.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동시다발적으로 손을 뗀 것이다. 해당 사건 이후 기업들은 단기자금 조달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됐다. 실제로 당시 시장 부산교통공사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500억원어치 채권 발행에 실패했고, 증권사들 또한 둔촌주공아파트 사업비 조달을 위한 8,000억원 상당의 ABCP 발행에 실패했다.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 부진과 함께 증권사를 포함한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보증·대출 등 위험노출액)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2017년 말 익스포저 수준을 100으로 두고 현재 업권별 익스포저 지수를 환산하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432.6 ▲저축은행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0으로 산출됐다. 즉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비중이 2017년보다 적게는 1.67배, 크게는 4.32배까지 치솟은 것이다.

정부의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 대립 커져

현재 정부 관계기관은 제2금융권의 과도한 부동산 PF 연체율을 고려해 지난 3월부터 ‘부동산 PF發 금융불안’ 완화를 위해 지속해 유동성을 공급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 관계자는 “약 50조원의 정부 예산으로 현재 자금 조달이 어려운 증권사·건설사들의 회사채 매입, 차환 불안 해소를 위한 PF-ABCP 매입, 금융규제 완화 등 유동성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부동산 PF의 모니터링 단위를 금융회사에서 사업장 단위로 확대해 시장 이상징후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당국의 조치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PF의 위험성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 추이가 지속되면 부동산 PF 대출 증가세가 경제 악화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상승 자체가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관련 대출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PF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리스크가 큰 대규모 사업장을 주 대출 대상으로 삼았던 저축은행 사태와는 다르게 다세대 연립주택 등 소규모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 저축은행, 레고랜드 사태처럼 큰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최근 들어 조금씩 호조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지적하며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7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 하락세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데다, 둔촌주공은 프리미엄이 4억원이 붙는 등 일부 지역에서 상승 거래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당국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 관련 조치를 두고 여러 의견이 ‘설왕설래’하고 있는 가운데, 이전 금융권의 과욕이 부른 대규모 부실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부동산 PF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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