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6%에서 1.4%로 낮춰, 금융위기·코로나 제외 시 역대 최저수준

지난 2월보다 0.2%p 하향 조정, 물가 상승률은 3.5% 유지 KDI·IMF·아시아개발은행보다 낮아 내년 전망도 소폭 하향, 성장률 2.3%·물가 2.4% 예상

한국은행(BOK)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조정했다. 이는 세 번째 조정으로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예상치인 1.6%에서 0.2% 하향 조정된 1.4%로 더 낮아졌다. 이번 하향 조정은 심각한 국내외 불확실성, IT 부문의 부진, 인플레이션과 고용률 변동 등을 배경하에 이뤄졌다.

금리 및 인플레이션

미국과 점점 벌어지는 금리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올해 초 2월과 4월에 두 차례 인상된 이후 3.5%로 동결됐다. 이번 결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금리 조정이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신중한 고려를 보여준다.

반면에 금리가 세 차례 연속으로 동결되면서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은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경우 3.5%로 전망된다.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은 소폭 상향 조정되어 현재 3.3%로 이전 전망치인 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에 주목하며 향후 추가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를 더는 기색이다. 이에 따라 국고채금리 등 시장금리와 여신금리가 모두 하락하고 주가는 반등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 변동성이 완화됐다. 신용공급 측면에서는 4월 중 가계대출이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하고 기업대출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누적된 금리인상과 부동산경기 부진 등으로 취약부문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출 연체율이 비은행,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고금리 지속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실 리스크도 잠재하고 있다.

해외 동향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각국의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통화정책 운용은 다소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인 임금 상승 압력에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점차 기울기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분명한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고금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및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로 조기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과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원자재 수요 약세에 기인하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및 국내 경제 상황

올해 초 세계 경제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의 경제 재개, 선진국의 고용률 상승, 특히 서비스 부문의 호조와 같은 요인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요 경제국의 지속적인 통화 긴축과 은행 부문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이러한 성장 속도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의 경제 전망은 IT 부문의 급격한 위축으로 암울한 상황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과 맞물려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수출 부문, 특히 대중국 IT 상품 무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260억 달러에서 24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경기 침체가 심각하나, 하반기에는 대외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무역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1/4분기 전체로 적자(-44.6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월별로는 1월 큰 폭 적자(-42.1억 달러) 이후 3월에는 소폭 흑자(+2.7억 달러)로 전환하는 등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비(非)IT 수출을 비롯해 미국 및 유럽과 같은 지역으로의 수출이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덕분이다. 또한 해외 자회사의 배당소득 증가로 인해 본원소득 수지가 크게 증가해 상품 및 서비스 수지를 어느 정도 보완할 것으로 점쳤다.

성장과 고용 전망

전반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용 측면에서는 낙관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고용이 2월 전망치인 13만 명보다 훨씬 높은 25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특히 대면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서비스업의 노동 수요가 침체기를 넘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노동공급 측면에서도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고령층뿐만 아니라 30~50대 핵심 연령층에서도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각각 2.3%, 2.4%로 전망하며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물가 안정과 완만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 국제 금융 시장의 안정성, 글로벌 IT 수요 동향 등 여러 변수가 이러한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IT 산업의 위축과 중국 경제의 재개 지연으로 인해 국내 경제는 한동안 계속해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는 서비스 및 해외 소비가 지속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은 한동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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