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어쩌면 당연한 선택, 서학개미 ②

지난 10년간 코스피 연간 0.8% 상승, S&P500 연평균 17% 상승 자본시장연구원, 한국 상장사의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수준 이수만 전 회장이 지분 3% 남긴 이유는? 주주권한 확보

지난 10년 동안 코스피 지수는 9% 상승에 그쳤다.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0.8% 상승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S&P500 지수는 무려 205% 상승하여 연평균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 변동 측면에서도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었다. 2012년 말에는 2014포인트, 2022년 말에는 2155포인트에 불과했다. 반면 S&P500 지수는 훨씬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돈도 잘 못 벌고, 성장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내실이 없는 것이다. 기초적인 산수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누구라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한국의 성장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일명 ‘Do You Know Club’으로 희화화되긴 하지만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명사들과 GDP 성장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주식시장이 국가의 성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과연 한국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건 무엇일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과제

한국 주식시장의 침체에는 몇 가지 다른 요인이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이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딱지가 다시 붙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불충분한 주주환원정책과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꼽았다. 

한국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다.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들이 기업 지배구조 모범 사례를 채택하도록 장려하고 재무 보고의 투명성을 개선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이 더 나은 기업 지배구조 관행을 채택하고,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규제를 도입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 부족하다. 

소수주주의 권리

소수주주의 권리와 관련하여 한국은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주주는 투자하는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는 졸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회사 장부에 대한 접근 권한과 소송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영국과 미국에서는 주주가 회사의 주식을 한 주만 보유해도 장부를 열람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주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려면 일정 기간 회사 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이 제도는 적은 지분으로도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주주에게 지나치게 많은 통제권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SM사건에서도 이러한 정책의 편린이 드러난다. 이수만 전 회장이 3%의 지분은 남기고 나머지 지분만 넘긴 것도, 3% 지분만 있으면 어떻게든 경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의 권한은 배당받고 회사 장부를 열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도 배당을 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장부를 열람하거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주주의 의미가 무색하게도 기업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고 많은 투자자를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기업의 장부를 보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면 기업 경영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투자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돌아오는 박스피의 악몽

또 다른 해결책은 성장성이 낮은 좀비 기업을 걸러내고 선별적인 시장 진입을 장려하는 것이다.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 개선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량 기업만 한국 증시에 상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장기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며 고성장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성장성이 큰 기업들이 신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이 신기술과 혁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과 기업가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한 달간 ‘주식’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 왼쪽 ‘미국 주식’ 오른쪽 ‘한국 주식’/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국내 빅데이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주식 조합에서는 주식이 하락, 상승, 가격, 인상, 투자, 사업, 지원, 거래 등 다양한 개념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주식의 조합은 주식이 투자, 상승, 영향, 예상, 기록, 결정 등과 같은 개념과 연결된다. 상대적으로 미국 주식에 대해서 좀 더 사업적이고 상승과 하강을 모두 고려하는 전문 투자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반면 한국 주식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대, 영향 등 기복 신앙적 모습이 나타난다.

또한 미국 주식은 한국 주식보다 대화의 층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네 가지 대화 맥락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하늘색 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양쪽 조사에서 모두 비슷한 군집을 나타낸다. 주로 정부와 시장의 발표에 대한 논의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보라색 부분으로 △분석 △예상 △우려 △금리 △하락 등 좀 더 진지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미국 주식 시장이 한국 주식 시장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식 시장은 최근 박스피의 늪에 다시 빠지고 있다. 주당순이익의 더딘 성장,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 낮은 배당금 등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에 기여한 요인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관행을 개선하고 좀비기업을 걸러내며 선별적인 시장 진입을 장려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정부는 스타트업과 기업가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성장성이 큰 기업들이 국내 신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 주식시장을 더욱 활기차고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미국 시장에서 돌려오지 못한다면 코스피의 미래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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