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발행액 두고 ‘풋옵션 분쟁’ 벌이는 SSG닷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시험대 오르나

풋옵션 행사 여부로 격돌한 SSG닷컴-FI, GMV 지표 산출 방법론 견해차 표출
FI "실질적 GMV는 풋옵션 요건 충족 못해, 상품권 중복 계상 걷어내야"
승진 2달 만에 시험대 오른 정용진 회장, 부정적 여론 딛고 분위기 전환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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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SSG닷컴과 재무적투자자(FI)가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풋옵션 발동 조건 중 하나인 SSG닷컴 총거래액(GMV) 집계 기준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다. SSG닷컴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을 GMV에 포함하는 게 관행이라는 입장이지만, FI 측은 SSG닷컴에서 주장하는 GMV 지표에 상품권 판매와 사용 등 중복 거래가 포함된 만큼 부풀려진 수치라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SSG닷컴-FI 충돌, 쟁점은 상품권 발행 거래액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FI와 주주 간 계약에 따른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골자는 1일 효력이 발생하는 FI의 풋옵션 발동 여부다. 앞서 지난 2018년 신세계그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FI와 기업공개(IPO)를 약속하고 SSG닷컴에 대한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에 FI는 이듬해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총 1조원을 각각 투입해 SSG닷컴 지분을 15%씩 확보했다. 당시 FI는 보유 주식 전량을 SSG닷컴 대주주(이마트, 신세계)에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안전장치로 계약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 발동 조건은 SSG닷컴이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2023사업연도 기준 SSG닷컴의 GMV가 5조1,600억원 이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다. 양측의 견해차는 여기서 시작됐다. 목표 GMV 달성 여부에 대해 SSG닷컴은 달성에 성공했다는 입장이고, FI는 부풀려졌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SSG닷컴의 GMV는 이미 2021년 5조7,174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5조7,000억원을 넘겼다.

문제는 이 액수에 상품권으로 인한 중복 계상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SSG닷컴에서 상품권을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1차 거래액, 해당 상품권으로 SSG닷컴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 발생하는 2차 거래액이 모두 포함됐단 의미다. 특히 SSG닷컴은 지난해 들어 온라인 상품권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상품권 판매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렇다 보니 FI 외 시장 일각에서도 상품권 판매액을 통해 매출 허수를 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FI가 “실질적 GMV는 풋옵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데 일부 동의하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는 셈이다.

“GMV 산출 시엔 상품권도 거래액으로 합산하는 게 관례”

다만 업계에선 신세계그룹 측이 분쟁에서 좀 더 유리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GMV는 공식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집계되는 액수가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의 거래 규모에 따른 성장성, 점유율 등을 추산하기 위해 쓰이는 지표다. 때문에 상품권 거래는 별도 회계상의 조치가 이뤄지는 대신 모두 거래액으로 합산된다. GMV가 아닌 정식 매출이라면 회계기준에 따라 상품권이 판매됐을 때는 모두 부채로 인식되고 해당 상품권으로 판매가 이뤄진 뒤에야 부채가 차감되면서 매출로 인식되긴 하지만, GMV를 산출할 땐 상품권 거래도 거래액으로 합산하는 게 통상적인 방식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통상 GMV는 그간 이러한 매출 구조로 유지돼 왔기 때문에 FI가 이를 알고도 최초 투자를 진행해 놓고 이제 와서 GMV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면 풋옵션 발동을 위한 자구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FI 측이 협상에서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권 거래를 문제 삼는다면 애초부터 수익구조 모델에 대한 이해 없이 투자에 나선 것과 다르지 않다”며 “사실 (상품권 같은) 중복 거래 이슈도 드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FI와 신세계그룹이 주주 간 거래 체결 때 별다른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신세계그룹에 유리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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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분쟁, 정용진 회장 ‘시험대’ 되나

이처럼 이번 분쟁은 관련 업계 입장에선 윤곽이 선명한 편이다. 그럼에도 신세계그룹에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건, 이번 SSG닷컴 분쟁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상을 이루는 데 있어 정 회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할 것이란 시선에서다. 특히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2018년은 정 당시 부회장이 실질적인 그룹 총수 역할을 하며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하던 시기다. 승진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정 회장이 책임 관계에 놓인 분쟁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회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점도 분쟁조정 실패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앞서 지난 3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에 대한 반론’이라는 논평을 내고 “정 회장은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포럼은 “정 회장은 승진보다는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 밸류업 대책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부회장 재임 당시 경영 성과는 저조하다. 이마트는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주요 계열사들이 적자 시현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경영실적이 저조해 이마트 주가가 장기간 폭락한 데다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과도한 차입금이 발생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 469억원, 당기순손실 1,875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 분할한 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포럼은 “이마트 시총은 1조9,597억원인데, 금융부채는 14조원에 달한다”며 “비교하면 7배나 많은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마트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17배, 신세계건설 0.21배, 신세계 0.38배로 모두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은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책임 있는 경영자’ 이미지와 거리를 벌린 정 회장이 분쟁조정 시험대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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