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은 늘고 인허가는 줄고, 불안정한 상황속 대형 건설사에 몰리는 수요층

3월 주택 인허가·착공, 전년 대비 뚝
1분기 전국 부도 건설업체 9곳
정부, 부동산 PF 연착륙에 속도
청약자들, 신용등급 견조한 건설사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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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8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 상승 및 고금리 여파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건설업계 전반에 연쇄 부도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5월 위기론’까지 확산하면서 대형 건설사에만 청약 수요가 몰리는 쏠림현상도 포착된다.

다 지어도 안 팔린 ‘악성 미분양’ 8개월 연속 증가, 인허가·착공도 부진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2만5,836가구로 전월(2만2,912가구)보다 12.8% 증가했지만, 1분기 총 주택 인허가 실적은 7만4,558가구로 지난해보다 22.8% 줄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1만423가구로 작년 1분기 대비 14.2% 감소했고 서울은 6,493가구로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1% 줄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2만2,644가구로 지난달보다 10.6% 증가, 비아파트는 3,192가구로 30.9%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 인허가는 6만6,023가구로 지난해 1분기보다 20.3% 감소했고, 비아파트는 8,535가구로 38.1% 줄었다.

인허가가 줄면서 착공 실적도 감소했다. 지난달 착공 실적은 1만1,290가구로 전월 1만1,094가구 대비 1.8% 확대됐으나 1분기 기준으로는 전국 착공 실적 4만5,359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6% 감소했다. 유형별로 1분기 기준 아파트 착공은 3만7,79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줄었고, 비아파트는 7,566가구로 31.4% 감소했다.

착공 감소로 인해 분양 실적 또한 3월 기준 2,764가구로 전월 2만6,094가구보다 89.4% 줄었다. 이어 3월 준공 실적은 4만9,651가구로 전달 3만8,729가구보다 28.2%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준공 실적은 12만5,14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늘어났다. 유형별로 아파트는 11만3,755가구로 작년 1분기보다 59% 증가했다. 하지만 비아파트의 경우 1만1,387가구로 같은 기간보다 40.1% 감소했다.

지방 건설사들 회생절차 이어져, 건설업계 연쇄 부도 빨간불

착공 실적이 2~3년 후 주택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라면, 인허가는 3~5년 후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지방의 인허가 실적 감소는 국내 건설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인허가 대비 분양 물량은 37.6% 수준으로 2022년(45.8%) 대비 8%p가량 감소했다. 인허가를 받은 주택이 착공하기까지의 기간은 지난해 상반기 11.6개월로 1년 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1년 상반기(7.9개월)와 비교하면 4개월이나 늦어진 셈이다. 사업 기간 지연은 시행사를 비롯한 개발사업 주체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허가와 착공·준공이 줄어든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감소한 데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으로 대부분 건설사가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올스톱되거나, 아예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곳 기업도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시장을 비롯한 비아파트 시장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건설업계에는 연쇄 부도 위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부도가 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는 제외)는 1월 3곳에서 2월 2곳, 3월 4곳 등으로 증가해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곳 △경기 1곳 △부산 2곳 △광주 1곳 △울산 1곳 △경북 1곳 △경남 1곳 △제주 1곳 등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곳) 대비 약 3배 늘어난 수치로 2019년(15곳) 이후로는 최대치다. 종합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분기 폐업 신고(변경, 정정, 철회 포함)한 종합건설사는 134곳으로 전년 동기(119곳) 대비 12.6% 늘었다.

회생 절차에 돌입하는 지방 소규모 건설사도 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하루 동안에만 건설사 2곳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공고가 내려졌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에스원건설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됐고 수원회생법원에서는 유원건설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됐다.

에스원건설은 강원 지역 시공 능력 8위인 종합건설업체로,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에스원은 부동산 PF 부실과 공사 미수금 급증 등에 따라 현재 자본 잠식 상태다. 법원은 에스원건설에 오는 7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공고한 상태다. 유원건설은 경기 평택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건설사로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해 대주회계법인 측으로부터 감사 의견거절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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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위험 없는 상위 건설사에만 청약 수요 몰리는 현상도

이런 가운데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악성 미분양 증가, 고금리 등으로 건설 업계 전반의 부침이 지속되면서 올 초부터 업계를 덮쳤던 이른바 ‘4월 위기설’은 이제 달을 넘겨 ‘5월 위기설’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5조6,000억원으로 최근 3년 새 무려 46.6% 늘었다. 증권사의 PF 채무보증 역시 지난 3월 22일 기준으로 16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건설사가 제공한 PF 보증액 등도 17조1,000억원에 육박했다.

문제는 올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PF 대출 14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58.4%)인 8조2,000억원가량이 브릿지론으로 이 중 6조4,000억원 정도가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사용하는 비용(토지 매입·인허가 등)을 융통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으로, 예정된 일정대로 착공하면 문제가 없으나, 사업이 지연될 경우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브릿지론을 상환하지 않고 만기 연장을 한다는 것은 사업이 착공, 분양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업권과 건설업계 등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PF 정상화 방안을 다음 주말께 발표할 방침이다. 사업성이 있는 PF 사업장에 은행과 보험사의 유동성을 공급해 숨통을 트이게 하고, 이들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장은 금융당국의 ‘옥석가리기’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투자자와 수요자들 사이에서 시공사를 판단함에 있어 안정성과 신뢰성이 하나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안정적인 재무 구조는 기본이고, PF 보증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낮아 신용등급이 견조한 건설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PF 보증 규모가 클수록 해당 건설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데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건설사가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재무적 안정성이 탄탄하고, 경제적 변동에도 강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건설사의 신용등급은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와 미래 리스크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라는 점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신뢰를 제공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때 이러한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는 건설사가 공급하는 단지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 브랜드와 비브랜드,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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