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금리 인하 확신 오래 걸릴 듯” 고금리 장기화 시사

Fed, 6연속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10개월째 연 5.25~5.5% 유지
연준 금리 동결에 한은도 인하 가능성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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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끈적이는(sticky)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는 언제 될지 모르고,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금리 인상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당분간 현재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고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파월 “인플레이션 여전히 높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이틀째 모임을 갖고 기준금리를 현행 5.25~5.5%로 유지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금리 역전폭이 11개월째 2%포인트를 유지한 가운데 당분간 한미 금리차는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금리)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현 정책은 제약적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데이터는 금리인하가 적절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인플레이션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고, 더 큰 자신감을 얻는 데는 이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이와 함께 오는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축소해 양적 긴축(QT)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미 재무부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국채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바이백’(Buyback·조기상환)을 이달 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아닌 고금리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국채시장의 혼돈을 줄이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 불가 선언에 환호했지만 동시에 금리 인하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발언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다만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준의 QT 속도조절에 재무부의 ‘바이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4.64%까지 떨어졌다.

월가, 파월 발언은 ‘비둘기파적’ 해석, 9월 또는 12월 금리 인하 예상도

월가에서는 이날 파월 회견을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고,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힌트가 없었다”며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인하 시작 시기를 평가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 예상보다 큰 폭의 양적 긴축 둔화와 함께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도 “파월 의장의 회견은 발언의 내용이나 어조 모두 시장이 FOMC 결정문을 해석한 것보다 뚜렷하게 비둘기파적이었다”면서 “이번 회견이 FOMC 위원들의 토의 내용 요약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아니면 파월 의장 개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인지는 몇 주 뒤 발표될 의사록을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기껏해야 9월 또는 12월께 한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에버코어ISI는 “파월 의장의 기본 메시지는 금리인하가 중단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며 “두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미국 경제가 강할 경우 12월이나 그 후까지 지연이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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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답변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도 금리 동결 가능성↑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국은행도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고물가와 환율 불안 등 부정적 요인이 계속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각종 과일 등 각종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일부 외식업체들의 가격인상이 잇따르는 등 불안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9%로 석 달 만에 3%대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제유가와 과일 농산물 가격 탓에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환율 흐름도 금리 인하 결정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저하에 중동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 등 지정학적 악재 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 불안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3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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