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경제성장률 0.6%에 그쳐, 하반기 정부 전망치 1.8% 가능할까

한국은행 ‘2023년 3분기 실질 GDP 속보’ 발표
6월 흑자 전환 무역수지, 정부 '상저하고' 전망에 힘 보태
"국회 심의 앞둔 내년도 예산안 전면 수정해야" 목소리도

3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 이로써 올해 초부터 3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좀처럼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4%와 하반기 전망치 1.8% 달성에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증가세로 돌아선 민간소비가 전체 성장률 견인

26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실질 GDP 속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민간소비가 2분기(-0.1%) 마이너스에서 3분기 플러스로 전환되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1.4%의 증가를 기록했다.

경제주체별 성장기여도는 민간(0.5%)이 정부(0.2%)보다 높았다. 지난 2분기 0.1%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는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3% 증가했으며, 정부소비는 지난 2분기 2.1% 감소에서 사회보장현물수혜의 증가에 힘입어 0.1% 증가세로 돌아섰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증가하며 2.2% 올랐다. 이 역시 2분기(-0.8%)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전환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크게 줄며 2.7% 감소를 보였다.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해 기계, 장비 수출이 늘며 3.5%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내수 기여도 0.3%p, 순 수출 기여도 0.4%p로 확인됐으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3%p, -0.2%p로 집계됐다.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2.6% 올랐다.

경제 활동별 국내총생산에서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제조업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1.3% 증가를 기록했으며, 건설업은 2.4% 늘었다. 또 농림어업은 축산업을 중심으로 1.0% 증가했고,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의 감소에도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의 증가에 힘입어 0.2% 늘었다. 전기·가스·수도 사업은 전기업을 중심으로 1.4% 감소했다.

한편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직전 분기보다 2.5% 증가하며 실질 GDP(0.6%) 성장률을 상회했다.

정부 전망치와 동떨어진 결과, 4분기엔 더 빗나갈 수도

당초 정부는 올 하반기 국내 경제성장률로 1.8%를 제시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국내 총생산액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측정하는데,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순 수출(무역수지)이 조금씩 개선의 여지를 보이며 정부의 ‘상저하고’ 예측에 힘을 보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무역수지는 6개월 내내 적자(총 364억5,000만 달러)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같은 무역적자는 올해 상반기(총 262억4,000만 달러)까지 이어졌다.

1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오던 무역수지는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순 수출이 매우 안 좋았는데, 올해는 수출 측면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오늘 한은의 보고서가 발표되며 기대 이하의 성장률을 보이자, 정부의 전망치가 무의미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pixels

치솟는 국제유가도 정부의 예측이 4분기 더 크게 빗나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유 가격의 상승은 수입금액 증가로 이어져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으로 세계 3대 원유 선물 가격은 지난 9월 일제히 90달러대로 올라선 후 안정을 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달 7일(현지 시각)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이란 등 주변 국가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5일 발표한 분석노트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군인 헤즈볼라, 예멘, 이라크 등 무장 세력이 움직임에 나서면 중동 석유 인프라가 영향을 받아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생산 및 유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2.06달러(2.34%) 급등한 90.13달러로 장을 마쳤다.

“경제 전망 원점 재검토 필요” vs “회복세 강해질 것”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정부의 예측이 신뢰도를 잃은 만큼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국회 심의를 목전에 둔 2024년 예산안은 지난 6월경 작성됐는데, 해당 예산안은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만들어져 현실에 맞게 수정하지 않으면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 펑크’를 피하지 못한 올해의 잘못을 되풀이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23일 국정감사에서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침체기에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며 중동 사태에 예의주시하며 내년 경제 전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우려와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시장에서는 3분기 경제성장률로 0.4%에서 0.5% 정도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0.6% 나왔다”며 “이는 당초 정부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 만큼 하반기에는 수출을 중심으로 한 회복세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경제 전망에 변동이 없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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