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카카오와 시세조종한 PE 수사착수 “윗선 수사 속도 내나”

남부지검, 특사경으로부터 원아시아파트너스 관계자 송치받아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에 대해선 아직 본격적인 수사 계획 無
원아시아 펀드 자금원에 대해서도 당국 수사 확대될 전망도
카카오검찰_자체제작_20240124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사모펀드(PE)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관계자들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부터 송치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원아시아는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단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이 카카오의 SM엔터 주가조작 혐의 수사 범위를 넓혀가는 가운데, 원아시아 펀드의 자금줄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SM엔터 시세조종’ 수사 범위 확대

23일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8일 금감원 특사경으로부터 원아시아 관계자 5명을 송치받았다. 카카오의 SM엔터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별도 혐의가 확인됨에 따라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원아시아는 지난해 2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공모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SM엔터 시세조종 관련 18일 금감원 특사경에서 원아시아 관계자들을 송치받았고,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밖에도 수사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여러 증거가 확인됨에 따라 핵심 피의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카카오가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시세보다 높게 인수해 시세차익을 공모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현재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피의자로 입건됐으며, 바람픽쳐스의 주요 투자자인 이 부문장의 아내 배우 윤정희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SM엔터 시세조종 관련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에 대해선 아직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직 소환 일정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선 앞선 피의자들의 수사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재판에 넘겨진 배 대표 측은 검찰이 기소한 내용과 관련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카카오 시세조종 관련 피의자 총 18인 지목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과정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원아시아 관계자들이 검찰에 송치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두 달만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해 11월 15일 김범수 전 의장을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카카오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명 등 총 6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 바 있다.

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원아시아와의 공모를 통해 총 2,400여억원을 투입해 고가매수주문, 종가관여주문 등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와 관련된 대량보유 보고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26일 서울남부지검 지휘를 받아 SM엔터 주식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해 구속된 배재현 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A씨, 카카오엔터트 전략투자부문장 B씨, 그리고 이들이 소속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5인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한편 특사경이 당초 이번 건 관련 피의자를 총 18인으로 지목함에 따라 향후 추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본시장 관련 사안은 수사 과정에서 가려져 있던 가담 혐의자가 추가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특사경에선 장철혁 SM 대표이사, 장재호 CSO, 이성수·탁영준 전 SM 공동대표 등 당시 SM엔터 경영진 4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얼라인파트너스도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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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사모펀드 주요 자금원 ‘고려아연’으로 수사 대상 넓히나

이런 가운데 원아시아 펀드 자금줄에 대해서도 당국의 수사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원아시아의 대표 자금원으로 꼽히는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이 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운용 중인 6개 펀드 중 4개 펀드에 총 4,133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원아시아의 전체 운용 자금의 최소 74%에서 최대 88%에 이른다. 고려아연의 기존 사업 영역과 무관한 분야에 투자하는 신생 PE인 원아시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원아시아가 사실상 고려아연의 소유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다.

또한 MTN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SM 관련 원아시아의 시세조종성 주문이 있기 전 약 1,000억원을 투자했고, 2주 만에 77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 기간이던 지난해 2월 16일, 원아시아는 SM 발행주식 총수의 2.9%를 사들였다. 고려아연은 당시 SM 지분 매수로 수익이 나자 투자금의 절반인 약 520억원을 그해 2분기 회수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펀드 투자금 전체 수익률이 결론적으론 30억원가량 손실이 났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히려 손해를 봤지 이익을 얻은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원아시아와 계약된 캐피털 콜에 따라 운용사의 요청이 먼저 있었고, 그에 따라 투자를 단행한 것일 뿐”이라며 통상 경영권 분쟁 기업에 투자하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그걸 노리고 투자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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